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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주최하고 한국어세계화재단과 한국방송 주관으로 개최한 ‘제1회 외국인 한국어 겨루기 한마당’에 참여한 외국인들이 권재일 국립국어원장과 함께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 한국어세계화재단) |
예선 100여 명 참가… 한류열풍 넘어 한국문화의 장 될 것
삼보 볼간타미르 “한국노래 번역하다 실력 늘었어요”
가브리엘 “한국인 간호사 여자친구가 많이 도와줘요”
슐레포바 안나 “김치찌개 좋아하는 한국 주부됐어요”
선저이 꾸마르 “인도에 한국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안내 계시판’과 ‘태극기 게양대’ 중에서 어떤 것이 틀린 문장일까요, 답을 골라 바르게 고쳐주세요. 10초 9초 8초….”
KBS 엄지인 아나운서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툰 글씨체로 ‘계시판’을 ‘게시판’으로
고쳐 쓰는 참가자 4명은 모두 외국인.
이들은 평소 한국어에 관심이 많던 외국인들로 한글날(10월 9일)을 맞아 열린 ‘제1회 외국인 한국어 겨루기 한마당’ 1, 2차 예선에서 100여 명과 겨뤄 3차 본선에 오른 한국어 베테랑이다.
경희대학교(총장 조인원)와 (주)연합뉴스(사장 박정찬) 공동 주최로 14일 오후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열린 '제13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대회'는 참가자들의 재치있는 한국말 솜씨로 폭소와 박수가 연신 터져 나왔다.
세종대왕 탄신 613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날 대회에는 결선에 오른 16개국 22명의 외국인과 그 가족, 언론사 관계자, 외빈 등 1천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첫 번째 순서인 중국의 웨이우팅(20.魏宇女+亭.여) 씨는 '사투리는 아름다워'란 주제의 발표에서 "뭐라카노", "욕봤데이" 등의 부산 사투리를 써가면서 "한국의 진정한 미는 사투리의 구수한 멋"이라고 소개해 청중의 갈채를 받았다.
이어 인도 전통복장을 입고 나와 '한국의 맛과 멋'을 소개한 선저이 꾸마르(22) 씨는 시인 타고르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 중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를 큰 소리로 외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한국에 온 그는 8개월밖에 안 됐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속담을 인용하거나 비빔밥의 오묘한 맛을 능숙한 한국말로 설명하는 등 한국인 뺨치는 말솜씨를 자랑했다.
자신을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생긴 한국인 남편을 만나 신혼생활을 한지 얼마 안돼 아직은 아가씨같은 주부 안나'라고 소개한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슐레포바 안나(24) 씨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던 시아버지가 처음에는 야속하고 미웠다"고 울먹여 한때 대회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아버지가 너무 아껴 주시고 예뻐해 주시니 마치 꿈처럼 믿을 수 없는 아주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고 말해 금새 분위기를 바꿨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브라운아이즈걸스 등 한국 가수를 무척 좋아해 길 가다가도 이들의 노래만 나오면 귀를 쫑긋 세운다는 파키스탄의 이크발 무다실(22) 씨는 "장윤정 누나를 가장 좋아한다"며 즉석에서 '어머나'를 멋지게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1983년 세계 최초로 태권도학과를 개설한 경희대의 첫 외국인 졸업생인 이탈리아인 마르코 이엔나(27.공인 4단) 씨는 태권도복을 입고 출전해 한국인보다 더 자연스런 한국말로 '태권도 자랑'을 늘어놓았다.
기마서기, 범서기, 학다리서기 등 태권도 자세를 직접 선보이며 관심을 끈 그는 "태권도를 통해 한국인의 천지인 철학에 담겨 있는 우주 만물의 일체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자성어 '불철주야'라는 말로 열심히 일하는 한국을 표현한 몽골의 노민다르(20.여) 씨는 "한국에 와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배우고, 다음으로 '빨리빨리'를 익혔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한복을 입고 나와 "한국은 저에게 기회의 나라이고, 내 미래를 함께할 나라다. 그리고 저는 한국을 진짜 사랑한다"고 발표한 미국의 크리스 컨리(29) 씨는 대한 ANC 광고회사 일한다.
인도네시아의 킴벌리(20.여) 씨는 장구를 메고 나와 시작과 끝을 장구 공연으로 하면서 발표를 해 주목을 받았다.
'나는야 장구 소녀'라는 발표 제목처럼 그는 사물놀이를 소개하면서 "이제 장구만 보면 손이 간질간질하다"고 말했고 이제 관중들은 "킴벌리 킴벌리"하며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동영상까지 준비해 주제의 이해를 도운 아르메니아 출신의 도나라(22.여) 씨는 '쉬지 않는 시계, 한국'이란 발표에서 "자연 자원은 부족해도 똑똑한 인적 자원이 풍부한 한국의 '빨리 빨리' 문화를 고국에 돌아가 알리겠다"는 의지를 밝혀 열띤 환호를 받았다.
미얀마의 산다툰(26.여) 씨는 '피겨 여제' 김연아와 축구스타 박지성 선수의 대형사진을 들고 나와 "뭐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름다우니까 우리 모두 이런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동국대에 유학중인 네팔의 세르빠 락빠(25) 스님은 한국이 눈부신 발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불교의 108배 정신에서 찾았다고 소개했다.
흰색 차도르를 두른 이란의 싸키네 버게리(27.여) 씨는 '대~한민국'을 외치며 4박자 손뼉을 쳤고, 영국의 숀 블레이클리(20) 씨는 "미래 한국을 이끌어갈 주인공은 아주머니"라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심사위원장인 백봉자 전 경희대 교수는 "참가자들의 한국어 수준은 세종대왕도 놀랄 만큼 능숙했다"며 "이들을 통해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마지막 본선은 KBS에서 진행됐다. 본선에는 몽골에서 온 삼보 볼간타미르(22, 남, Sambuu Bulgantamir) 씨와 프랑스에서 온 가브리엘(24, 남, Boutry Gabriel) 씨, 한국인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꾸린 키르기스스탄인 슐레포바 안나(25, 여, Shulepova Anna) 씨, 인도에서 온 선저이 꾸마르(23, 남, Sanjay Kumar) 씨가 참여해 대결을 펼쳤다.
4명 외국인 모두 한국어 실력이 출중해 아나운서와 한 조가 돼 겨루기로 했던 기존 3차 본선은 아나운서들이 빠진 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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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외국인 한국어 겨루기 한마당’ 2차 본선이 열린 국립국악원 뒷마당에서 키르기스스탄인 슐레포바 안나(25, 여) 씨가 직접 쓴 한글날 표어를 들고 있다. (제공: 한국어세계화재단) |
세계 각국에서 온 이들이지만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 국내 걸 그룹 미스에이의 ‘배드걸 굿걸’ 안무를 소화해 주위 외국인과 아나운서를 놀라게 한 삼보 볼간타미르 씨는 한국어 공부 비법으로 화장실과 한국노래를 꼽았다. 화장실은 공부할 때 집중이 잘 돼서다.
한국노래가 마냥 좋아서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불렀다는 삼보 볼간타미르 씨는 “어느 순간 노래가 의미하는 내용이 궁금해져서 번역하기 시작했다”며 “한국어는 몽골어랑 어순과 구조가 비슷하다. 2015년까지 한국에서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보 볼간타미르 씨에 따르면 몽골에서는 한류열풍이 불고 있다고.
반면 인도에서는 대부분 사람이 한국제품을 쓰면서도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고 선저이 꾸마르 씨는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현대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일본의 자동차로 착각하기도 한다.
선저이 꾸마르 씨는 “인도와 한국은 경제·외교적으로 교류가 많아지고 있다”며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관광·역사 등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비췄다.
3시간가량 진행된 방송녹화가 물 흐르듯 술술 진행될 정도로 한국어에 능숙한 이들이지만 처음에는 한국 사람의 정서와 언어를 이해하는 데 서툴렀다. 가브리엘 씨는 “한국 사람들은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그런 말을 잘 안 해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씨는 “한국 사찰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 절에서는 아주머니를 ‘보살님’이라고 불러서 아주머니는 ‘보살님’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밖에 나가서도 아주머니를 보면 ‘보살님’이라고 부르며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인사드렸던 적이 있다”고 했다.
선저이 꾸마르 씨는 “예전에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다”며 “공용 샤워실에서 옷을 다 벗고 씻어서 난감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사우나를 좋아한다”고 말해 주변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익히는 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며 방송 녹화 중간에 지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특히 슐레포바 안나 씨는 시부모님께, 선저이 꾸마르 씨는 결선 퀴즈에 나온 ‘-시오’와 ‘-시요’의 차이를 한국 택시 아저씨한테 배웠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겨루기가 진행되는 동안 단순한 경연대회가 아닌 교육적 성격을 띤 참여형 행사로 진행했다”며 ”앞으로 기존 경연대회를 아우르면서 차별성과 대표성 있는 한국어 한국문화 행사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1회 외국인 한국어 겨루기 한마당’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주최하고 한국어세계화재단과 한국방송 주관으로 개최됐다.
【서울=뉴시스】팽현준 기자 = 23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민족혼국토지킴이회가 주최한 '행정안전부 2010 민간단체 공익사업 - 외국인 유학생 역사·문화 세미나'에 참석한 외국인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세미나를 듣고 있다.
맛은 멋과 서로 통한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비빔밥이 바로 한국의 멋을 대변하는 한국의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재료가 서로 비벼지고 뭉개져서 생겨나는 독특한 맛에서 저는 한국을 발견합니다."(선저이 꾸마르.인도)
"경비 아저씨께서 저에게 화난 목소리로 '뭐라카노'라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그 말이 표준어로 '무슨 말이니?'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 경험한 부산 사투리는 낯설고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아르바이트할 때 사장님께서 '퇴근하그라. 욕봤데이'라고 말씀하실 때도 놀랐지만 그 뜻이 '수고했다'는 것임을 알고 따뜻한 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진정한 미는 사투리의 구수한 멋입니다."(웨이우팅.여. 중국)
14일 오후 경희대학교 크라운관에서 열린 '제13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는 이국땅 한국에서 경험한 외국의 생생한 체험담이 한국어로 쏟아져 나왔다.
세계 29개국 1천119명을 제치고 결선에 오른 14개국 22명의 참가자는 저마다 한국생활에서 보고 느낀 경험들을 한국어로 또박또박 말했다. 이 대회는 경희대(총장 조인원) 국제교육원과 연합뉴스(사장 박정찬)가 '한국의 미(美)', '일하는 한국', '한국 문화 체험' 이란 주제로 공동 개최한 행사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 한국이 재미있다'는 미국인 앤드루 누누 씨는 2008년 한국에 오기 전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기대에 차 있었는데 방한 후에는 서울의 궁궐과 용인민속촌 등을 돌아보면서 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인 아내를 만나 한국의 여기저기를 다니며 드라마에서 느낄 수 없는 진정한 미를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중국 출신의 덩난(21.鄧南.여) 씨는 '한국의 미는 언어 자체에 있다'는 주제의 발표에서 "언어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물로써 한 사람의 인격적 수양과 자세를 볼 수 있고, 나아가 그 민족의 문화와 문화적 미를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높임말이 있는 한국어는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게 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고려대 한국어문화교육센터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온 마르코 이엔나 씨는 태권도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는 "태권도 회원국이 전세계 191개국에 달한다. 태권도를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 하나로 한국에 왔고, 태권도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며 "태권도를 통해 한국인의 천지인 철학에 담겨 있는 우주 만물의 일체성을 느낄 수 있기에 최고의 행동철학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소카(創價)대학에 재학하는 오타 마사아키(22.太田正明) 씨는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그는 '아름다운 한국어는 세계의 희망'이란 주제로, 존댓말이 있는 한국어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훌륭한 문화라고 극찬하면서 "한글은 세종대왕이 완성한 합리적이고 이론적으로 우수한 문자로, 외계인들이 지구에 왔을 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언어"라고 주장했다.
몽골에 살 때 드라마를 보면서 등장 인물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을 마시고 '아! 시원하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정말 신기했지만 한국에 와서 그 이유를 알아냈다는 볼간타미르(21) 씨.
중국에서 온 쉬즈쉬엔(21.石芷瑄.여) 씨는 자신있고, 당당하게 생활하는 한국인의 모습,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어머니의 정성을 담은 한식을 먹었던 행복한 일, 지하철의 노약자석 등에서 한국의 미를 찾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네팔에서 온 스님인 세르빠 락빠 씨는 "108배를 하면서 한국이 눈부신 발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우리'라는 유교적인 문화 공동체 의식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세계 속의 한글'이라는 말은 이제 너무 익숙할 정도다. 한글의 우수한 과학성은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고, 한류열풍으로 인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 또한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열기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곳! 바로 외국인 한국어겨루기 한마당이다.
'외국인 한국어겨루기 한마당'이란?
564돌을 맞이한 한글날을 맞이하여 평소 한국어를 관심 있게 배우던 외국인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어 실력을 겨루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사랑하는 외국인들끼리 서로 어울리며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깊이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 한글과 함께 하는 스케줄
짧은 글짓기 공모전으로 1차 예선을 통과한 100명의 외국인들은 2차 본선에서 본격적으로 한국어겨루기 한마당을 시작하게 된다. 한국어겨루기 한마당은 총 이틀 동안 진행되었는데, 첫째 날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둘째 날은 분당 새마을연수원에서 열렸다. 마지막 3차 결선은 KBS방송국에서 한글날 특집으로 마련한 <우리말 겨루기> 참석이었는데, 4명의 우승후보 중 최종우승자 1명을 선발했다. 분당 새마을연수원에서의 한국어겨루기 한마당, 그리고 KBS 방송국에서의 치열한 한국어겨루기 경쟁. 그 활기 넘쳤던 현장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자!
분당 새마을연수원에서 만난 그들!
→ 연수원 앞 운동장에서 OX퀴즈가 진행 중이다. 다들 열심히 정답을 맞추려고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는 모습이 정겹다.
굽이굽이 찾아간 분당 새마을연수원. 연수원을 둘러싼 산에서 스며 나오는 신선한 공기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의 순수한 열정과 닮아있었다. 기분 좋게 연수원에 도착하자 연수원 앞 잔디운동장에서 OX퀴즈대결을 벌이고 있는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넓은 운동장 가운데 중앙선을 기준으로 주어지는 한글낱말이 옳다고 생각되면 O에 서고, 틀리다고 생각되면 X에 서는 게임. 모두들 신이 나서 국적에 상관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특히 한국어를 좀 더 잘하는 한명을 우르르 쫓아가면서 필사적으로 탈락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참가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큰 웃음을 자아냈다. 첫판부터 탈락해서 울상 짓던 사람들도 중간에 패자부활전이 열리자 다시 얼굴이 환해지며 적극적으로 게임에 임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우미 선생님들도 함께 웃고 떠들며 '한국어 아래 하나 되는 모습'을 연출했다.
→ 한국어를 배우며 경험했던 일을 주제로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참가자들.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시원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연수원 안에서는 외국인들과 교수님들의 대화가 한창이었다. 팀별로 두 명의 교수님 혹은 한국어분야 관계자와 함께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는데, 덕분에 그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어떻게 한국어를 접했고 공부했는가'였는데,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무척 유창하게 구사하는 한 여대생이 손을 번쩍 들고선 또박또박 대답을 이어갔다.
"저는 지금 동국대 신방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중국학생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한국어를 알게 된 것은 1996년 드라마를 통해서 였어요. 배우 안재욱이 나오는 드라마였는데, 그가 나오는 한국드라마를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했어요. 그러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1997년 당시에는 한국어를 접하기가 어려워서 결국 포기했습니다. 그러다가 한국 남자친구를 만나며 다시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고, 몇 년 뒤에 한국어 열풍이 불면서 교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교재로 저는 한국어를 독학했고, 또 Skylife를 통해 회화연습을 해서 결국 한국어능력시험 듣기분야에서 만점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한국어를 더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온 상태입니다."
자신이 한국어를 접한 년도를 정확하게 짚어내며 또박또박 한국어를 배우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그녀의 눈은 열정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 때, 교수님이 엉뚱한 질문을 하셨다.
"한국남자랑 교재 했다고 했는데, 중국남자와 비교해서 어떤 것 같아요?"
이 엉뚱한 질문에 재밌는 대답이 이어졌다.
"한국남자들은 멋있어요. 군대에 갔다와서 그런지 몸이 좋더라고요. 하하"
이어진 다른 외국인들의 한국어배우기 경험담도 다양했다. 어떤 친구는 만화 <짱구>를 통해 한국어를 접한 뒤 화장품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또한 한국어를 더 연습하기 위해서 뉴스도 꼬박꼬박 챙겨봤다고 하는데, 한국어를 배우고자하는 욕심이 만만치가 않았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어를 향한 이들의 열정이 대단해보임과 동시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 대회에 좀 더 바랄게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모두들 입을 모아 "프로그램이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경쟁하게 되면 대회는 더 흥미진진해질 것이고 같은 팀끼리는 더 단합이 잘 될 것 아니겠어요?" 참가자들의 당찬 대답에 교수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참가자가 부담스러워할 것을 고려해 겨루기와 대화 나눔의 중간지점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참가자들은 오히려 더 치열하게 도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원한다는 바람을 내비친 것. 예상치 못한 즐거운 제안에 교수들은 다음 대회 때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것”임을 약속했다.
KBS방송국까지 진출한 한국어사랑!
KBS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엔 총 4명이 결승전에 출연하게 되었다. 최종우승자 1등에게는 상금수여이라는 혜택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갈고 닦은 한국어실력을 인정받는 다는 의미에서 그 기쁨이 남다를 것이다. 프로그램 녹화에 앞서 출중한 한국어실력을 자랑하는 우승 후보 4명을 만나보았다.
→ 가브리엘과 그의 여자친구, 한국과 인도를 너무나 사랑하는 청년 선자이, “아쉽다~”며 우승소감을 밝힌 몽골청년 타미르 (왼쪽부터)
인도에서 온 선자이, 몽골에서 온 타미르, 프랑스인 가브리엘, 그리고 키르기스탄의 안나까지. 이 네 후보의 치열한 경쟁 덕분에 현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프랑스인 가브리엘은 불어불문전공의 여자친구와 함께 왔는데, '힘내♥가브리엘'이라고 씌어진 플랜카드가 유독 눈에 띄었다. 안나 역시 한국남자와 결혼해서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아이도 있다고 하는데, 지인들 말로는 그 아기가 엄마와 아빠를 닮은 혼혈이라서 무척 예쁘다고 연신 자랑이었다. 인도에서 온 선자이는 앞으로 한국어박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인도와 한국이 서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어 안타깝다며 그러한 오해를 꼭 풀어주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꿈을 향한 열정을 가득 담아 이야기를 이어가는 선자이는 인도와 한국의 관계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 치열한 접전을 펼친 안나와 타미르, 시크릿의 '마돈나' 댄스를 완벽히 재현한 타미르, 문제 풀이에 집중하고 있는 참가자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녹화를 지켜보는 한국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한국어에 능통했던 4명의 우승후보들. 두 단어 중 틀린 것 고르기 코너에서 '계시판/게양대'가 문제로 나왔는데, 네 명 모두 무사히 통과했다. '이용하십시요/안돼요'가 문제로 나왔을 때는 선자이가 택시아저씨한테 '이용하십시오/요'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며 "택시아저씨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며 능청을 떨기도 했다. 각자 열심히 노력했지만 우승을 향해 도전하게 된 두 사람은 안나와 타미르. ‘한글 퍼즐 맞추기’를 한 끝에 결국 타미르가 최종 우승후보가 되었다. 이제 자신과의 싸움만 남겨 놓은 상태. 그러나 아쉽게도 첫 문제에서 띄어쓰기를 틀리는 바람에 최종우승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안타까움의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가운데 타미르 역시 아쉬운 표정이었다.
방송녹화가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타미르는 한국어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아낌없이 보여줬었다. 최근 몽골에서는 한국어가 대유행이라고 한다. 2015년까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예정인 타미르는 이번 대회 참가를 통해 “한국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좋다”며 밝게 웃어보였다. 응원과 관련한 재미난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선자이를 응원하러 온 몽골 친구들이 선자이보다 타미르를 더 열렬히 응원하기도 했다고. ‘한글’이란 이름 아래 각기 다른 국가를 가진 외국인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한국을 사랑해주는 외국인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방송국을 빠져나왔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열의에 찬 눈빛을 보며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자랑스러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발걸음이 가볍고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글/사진_이정화(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