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이광수 교수, 설화 확대재생산 과정 추적 “‘인도 아유타국에서 온 공주’ 허왕후는 후대의 ‘역사만들기’에 의한 결과물일 뿐이다.” 인도 델리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이광수 부산외국어대 교수는 최근 펴낸 <인도사에서 종교와 역사 만들기>(산지니)에서 문헌을 더듬어 설화의 확대재생산 과정을 분석해 이렇게 지적했다. 또 1970년대 한 아동문학가의 문학적 상상력에 일부 학자가 가세하고 일부 신문에 의해 부추겨지면서국가주의의 색채마저 띠고 있다고 비판했다. 8세기 혜공왕대 김유신 가문의 후예들이 편찬한 것으로 보이는 ‘개황력’ 또는 ‘개황록’을 시작으로 1076년(고려 문종조) <가락국기>, 1281년 일연의 <삼국유사> ‘가락국기’로 전승되면서 변모를 거듭한 허왕후 설화는 인도 아유타(아유디야)에서 배를 타고 온 공주가 수로왕과 결혼한다는 이야기. 이 교수는 이 설화가 다른 건국설화와 달리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된 점과 그 근원지가 신라중기 무열왕계, 김해주변의 사찰, 허씨·김씨 문중으로 특정할 수 있는 점에 주목했다. 남편 수로왕에 대한 현창은 금관소경 설치, 문무왕 때의 수로왕묘 제사 등과 함께 이뤄진 것으로 추정한다. 이 시기는 김유신, 문명왕후 등 가야계 후손들의 권력이 정점에 이르렀던 신라중대 이후. ‘개황록’은 일련의 현창작업 중 하나로 추정한다. 허왕후의 결혼모티브는 나말여초에 삽입된 것으로 본다. 수로왕과 부인 허씨를 지칭하는 ‘세조’, ‘왕후’가 그 무렵에 쓰인 점, 국가와 불교교단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불국토 관념이 널리 유포된 시기라는 것이다. 허왕후의 출신지라는 ‘아유타’는 나말여초 불학연구 분위기에서 ‘인도’라는 의미로 삽입되었다고 본다. <경상도지리지>(1524)가 허왕후 출신지를 아유타와 무관한 남천축국으로 기술하거나, <경상도속찬지리지>가 허왕후를 보주태후로 기록한 것도 그러한 추정근거다. ‘보주’의 ‘보’는 산스크리트어 ‘비슈와’의 의역으로 보편적 진리라는 뜻. 보주는 ‘불교의 땅’ 인도라는 의미일 뿐이라는 것. 일부에서 그것을 중국의 보주와 관련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이 교수는 말했다. 허왕후 설화는 18, 19세기를 거치면서 ‘장유화상’이라는 허왕후의 오라비가 등장하는 등 확대재생산되는데 김해 명월사(현재 흥국사), 경남 산청의 왕산사, 김해 은하사, 남해 금산사 보리암, 김해 해은사 등의 연기설화에 등장한다. 영정조 때 많이 늘어난 불교사찰을 통제하려 하면서 사찰들이 살아남기 위해, 또 재가신도를 확보하기 위해 영통력을 높이려는 시도와 관련된다고 본다.또 임진-병자 양란 이후 족보가 양산되면서 시조에 대한 윤색작업이 추진되었는데 두 명의 허씨 관찰사의 행적이 주목된다. 허엽은 1580년 수로왕릉을 보수하였고, 허적 역시 1647년 이를 재보수하면서 ‘보주태후허씨릉비음기’에 수로왕의 열아들 중 두 아들이 허씨성을 하사받았음을 기록하였다. 열아들 출산 모티브는 조선초기 송인의 <이암집>에 처음 등장하는데 일곱 아들은 칠불, 칠선 모티브로 대중화하게 된다. 이 교수는 “2002년 김해김씨종친회가 인도의 아요디야에 탄생기념비를 세움으로써 허왕후 설화가 역수출까지 되었다”면서 당시 이를 후원한 인도국민당의 집권을 정당화하는데 일조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데올로기의 중심을 아요디야에 둔 이 정당은 1992년엔 신화 <라마야나>의 라마사원을 복원한다면서 기존 이슬람 사원을 파괴하고 232명의 인명 살상 초래하는 등 극우파쇼적 행태를 보인 바 있다. 확대와 윤색을 제거하면 허왕후 설화의 원형은 ‘물에서 올라온 지모신’이라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SOURCE:blitz@hani.co.kr |
Thursday, 23 September 2010
인도에서 온 공주 허왕후는 각색한 역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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