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15 December 2013

한류,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인도, 영적인 나라에서 꿈꾸는 한류

세계인들의 한류애(韓流愛)가 끝없다. K-팝 등을 필두로 2000년대 전반기보다 더 강렬하다. 현지 전문가 집단과 언론의 한류 인식 지수도 한층 상승했다. 범위도 넓고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주,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주에서도 팬들의 소식이 들려온다. 한류가 이제 세계 문화의 확실한 한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한류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거세다. 이곳을 벗어나면 강도가 조금 약하다. 서구에서는 한류 스타들의 땀과 시간에 높은 점수를 주지도 않는다. 인권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팬들의 열기 이면에는 한류가 이벤트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과장된 언어로 단편적인 흐름을 전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제대로 파악하고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5개월 동안 연재한 세계일보의 ‘아시아 한류, 그 현장을 가다’에 이어 후속 기획으로 ‘韓流,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를 연재한다. 동아시아를 벗어나 객관적인 눈으로 한류를 살펴볼 예정이다. 찾아갈 곳은 인도, 호주, 서유럽, 터키·중동, 동유럽 등 5개 지역이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와 한국관광공사 등의 도움으로 한국 관련 여행 기사를 실은 인도의 잡지들.

인도 뉴델리의 인디라 간디 공항에 내렸다. 딱딱한, 정제되지 않은 이민국 직원들의 태도가 인도의 현재를 알려줬다. 짐을 맡기기 위해 숙소로 가는 길에서 언뜻 인도의 겉모습이 다가왔다. 차량과 사람과 소들이 만들어 내는 흐름과 멈춤에서 혼돈과 여유가 그려졌다. 그 혼돈과 여유에는 삶과 죽음도 흡수돼 있으리라. 사전에 정보를 가득 채운 채 방문길에 오른 이방인이지만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힌두교의 성스러운 상징인 소들의 여유가 부러웠다면 과장일까. 트럭과 릭샤도 길 가운데 머물고 있는 소들의 공간에는 감히 바퀴를 들여놓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문명을 이야기하고 외래문화를 논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해 보였다. 문명을 헛되게 여기도록 만드는 무언의 힘이 자리한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BBC는 인도 동북부의 한류 현상을 보도했다. 사진은 캡처 화면.
# 인크레더블 인디아… 오랜 한국과 인연


인도는 괜히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이 땅 사람들은 외국인에게도 그리 친절하게 대하지 않는다. 선진국 출신 여행자를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물질보다 정신 수양이 중요하고, 경제적 실적보다 민주적 의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외국인, 특히 우리보다 잘사는 선진국 여행자를 만날 때면 최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우리와는 다른 태도다. 어쩌면 내면의 철학을 갖춘 이들의 자신감 있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에 인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힘들다. 인도 정부가 내세우는 관광의 모토인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가 절묘하다고 생각해 본다. 누군가에게는 신비한 인디아로 전해지겠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인디아’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해서다.

인도에서도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만나고, 한류에 대해 물었다. 힘들었다. 한류에 대해 아는 이가 별로 없었다. 한국에 대한 관심도 낮았다. 어쩌다 만나게 된 한국 교민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송해빈 네루대 중국어과 학생은 “한류는 고사하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형성되지 않을 정도이다”며 “인도인들이 자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 같다”고도 했다.

다행히 이곳 젊은이들에게 각광받는 뉴델리의 ‘셀렉트 시티’를 찾아 어렵게 대화를 나누었다. 홍콩에 거주하는 NRI(해외 거주 인도인)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가 “정치 우위, 소수민족의 문화를 간직한 인도에서 한류를 본격 논하기는 이르지만, 외국에 거주하는 인도인을 중심으로 한류가 알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은 인도와 한국의 각별한 인연을 생각하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시간적으로만 봐도, 멀리는 인도 아유타 지역의 공주가 가야의 김수로왕과 인연을 맺었다. 20세기 초에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드 타고르는 한국을 동방의 등불로 불렀다. 한국전쟁 이후 반공포로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한 나라도 이곳 인도였다.


뉴델리 시내의 한국 식당을 찾은 인도인들. 한류 인기가 높은 동북아나 동남아와 달리 인도에는 한국 음식점이 많지 않다.
# 한류 삼각편대… 인도 동북부·뉴델리·첸나이


‘인도’라는 나라가 갖는 문화적인 특징이 한류 전파를 더디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세계 시장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볼리우드(Bollywood) 영화의 힘은 여전하다. 그래도 좀처럼 변할 것 같지 않은 이 땅에서도 한류는 수도와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다. 네루대학의 비자얀티 라가반(Vyjayanti Raghavan) 한국어과 교수 등이 이런 견해를 피력했다. 비자얀티 교수는 “최근 10년 동안 중국과 접경한 북동부 지역과 수도인 뉴델리, 현대자동차의 공장이 있는 남부 첸나이를 중심으로 ‘한류’가 전해지고 있다”며 “큰 흐름이라기보다는 초기 인식의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뉴델리의 한류는 2006년 인도 유일의 전국권 지상파 방송인 도르다르샨(Doordarshan) TV에서 드라마 ‘해신’과 ‘대장금’이 방영되면서 기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아리랑 TV를 시청할 수 있고, 이중국적 소지자들인 해외 거주 인도인들이 한류 전파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처럼 붐을 형성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첸나이를 중심으로 한 경제 한류가 더 주목받았다. 1996년에 남부 지역인 첸나이에 현대자동차 인도 법인이 설립되면서 한국 브랜드가 알려지고 있다.

이재상 한국관광공사 뉴델리지사장은 “다른 나라였다면, 뉴델리와 첸나이 등 대도시에서 한류가 각 지역으로 파급됐을 것이지만, 인도만의 한류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마니푸르 주도인 임팔을 중심으로 인도 동북부 지역에서 한류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BBC가 한류를 소개하면서 “한국 DVD가 미얀마에서 밀수돼 1달러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고 이 지역에 관한 르포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는 인도 내부의 정치, 사회적인 이유가 있다. 동북부 지역은 분리주의자와 반정부 무장단체의 세력이 강해 발리우드 영화와 힌디어 드라마의 방영이 통제돼 외국 문화상품이 침투할 여건이 그만큼 넓다.


네루대의 한국어과 학생들은 “한류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가 됐지만, 인도에서 아직 영향력이 미미하다”고 했다. 이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질수록 인도의 한류도 성장할 것이다.
# 비즈니스 한류에 기반을 둔 미래의 꿈


한류가 인도의 주류사회 선호 문화로 자리 잡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임철수 관광공사 뉴델리차장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볼리우드 영화에 자부심이 있는 영화 제작사들도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강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이들이 한국 영화 이해의 수준을 높이고 한국과 합작을 시도할 수 있도록 견인해 내는 게 필요하다”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인도 지역에서 한류의 미래도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한국에 대한 인도 젊은이들의 관심도 높다. 델리대와 네루대에는 3년 과정인 학부와 대학원 과정이 마련돼 있다. 두 대학 모두 학부 정원만 100명에 이른다. 일부 지방대와 학원들도 한국어 과정을 따로 두고 있다. 양해를 얻어 참관한 네루대 한국어과 2학년 수업에서도 젊은이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강의실에서는 서울대에서 공부했다는 자자와 교수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강의실에 웃음은 별로 없고 진지한 분위기만 가득했다. 교재도 복사본이었다.

한국에서 온 기자가 잠시 한국 이야기를 하자 연신 질문이 나온다. 입학 전까지 한국을 전혀 몰랐다는 2학년생 프리얀카, 일곱 살 때부터 한국을 인지했다는 동급생 수라비는 모두 “인터넷으로 한국 드라마를 볼 때마다 즐겁다”고 말했다. 같은 2학년생인 아미타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 한국인들이 약속을 잘 지키고, 믿음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젊은이들의 관심과 더불어 주위 여건도 한층 성숙해지고 있다. 올해는 양국이 각기 지정한 ‘인도의 해’와 ‘한국의 해’로, 올해 개원할 예정이었던 한국문화원은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뉴델리에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양국 교류는 더디지만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고, 인도인들도 차분하게 자신들의 사고 체계속에 한국을 만들어가고 있다.

세계일보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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